13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전 비서 A씨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박 시장이 A씨를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한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화면을 공개했다.그는 이날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 경과보고 자리에서 A씨가 박 시장을 고소하게 된 경위와 진행 과정 등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나온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며 피고소인이 피해자가 비서직을 그만둔 이후인 올해 2월 6일 심야 비밀대화에 초대한 증거도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증거가 담긴 프린트된 종이한장을 들어 보이며 그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피해자를 초대한 내용”이라며 “2020년 2월 6일은 피해자가 비서로 근무하지 않고 다른 부서에서 전보 발령나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비서실에 근무하지도 않는 피해자에게 텔레그램으로 비밀 대화를 요구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시점이었다. 이 자료도 경찰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가 손에 든 종이에는 박 시장의 모습이 담긴 프로필 사진과 ‘시장님’으로 등록된 대화상대가 상단에 뜬 휴대전화 화면이 인쇄돼 있다. 화면 중앙에는 ‘시장님 님이 나를 비밀 대화에 초대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떠 있다. 그 아래에는 ‘서버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도 보인다.
이어 김 변호사는 텔레그램으로 보낸 문자나 사진은 피해자가 친구들이나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 보여 준 적도 있다”며 “동료 공무원도 전송받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런 성적 괴롭힘에 대해 피해자는 부서를 옮겨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고 말했다.
또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해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혀왔다 고도 주장했다.
한편 강릉 출신인 김 변호사는 강릉여고와 이화여대 법학과를 나와 2000년 제4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3년 사법연수원 32기를 졸업하며 변호사 사무실을 차렸다. 2011년 고려대 의대생들이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사건에서 피해자 쪽 대리인을 맡았다. 이같은 경력으로 성폭력·가정폭력·아동학대 피해자에 대해 지속해서 법률지원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여성인권변호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6월 당시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으로부터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으로 임명됐다. 여성인권과 아동폭력 피해자 지원 등에 전문성과 추진력을 겸비했다는 점을 높이 사 세 번째 국장급 외부 인사로 영입됐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에는 박영선 당시 민주당 예비후보를, 2017년 대선 땐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지지한 변호사 모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지난 2018년 2월 검찰 내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인 서지현(47·사법연수원 33기) 검사 법률 대리를 맡았다가 과거 이력을 둘러싼 논란 끝에 사임했다. 서 검사와는 이대 동문으로 사건 초기에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e메일을 공개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활동 경력을 문제 삼는 여권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김 변호사는 일본의 위로금 10억엔으로 설립된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이사로 활동한 시기(2016년 7월~2017년 12월) 한 방송에 출연해 “우리 모두 조금씩 양보해서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 민주당 인사는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이사로 활동한 김 변호사가 서 검사 법률대리인으로 나선 것은 염치없는 행동이며 서 검사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남편인 방송인이 박근혜 정부 시절 현재 여권에 불리한 언론 보도를 막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을 때 같이 송사에 휩싸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사단법인 착한법만드는사람들(착한법) 이사를 맡아 존엄사를 허용하는 입법 촉구 활동을 했다. 김현 착한법 상임대표(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는 “좌우 진영을 떠나 여성 권리와 인권 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변호사”라고 밝혔다.